Korean's Han Kang's Human act, Essays (university) of 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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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ology: Essay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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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x.doi.org/10.20461/KLTC.2018.12.81.203
일반 논문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81
(22
4
),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 2018. 12.
2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김경민
*
28)
<
목차
>
. 들어가며
. 과거의 현재화를 위한 관계의 기호:
소년이 온다
. 타인의 고통과 비극에 대한 작가적 소명의 기호:
백년 여관
. 독자의 참여와 윤리적 책임의 기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
지고
.
<국문초록>
당신
/
라는
2
인칭 대명사가 서술의 주체가 되는 상황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
게 낯설지만 이런 생소함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 많은 소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
이러한
2
인칭 서술은 작가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로
,
텍스트 이면에 특정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고
*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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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x.doi.org/10.20461/KLTC.2018.12.81.

일반 논문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81 집^ (22권^4 호),^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8. 12.

‘당신/너’라는 2 인칭 대명사가 서술의 주체가 되는 상황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 게 낯설지만 이런 생소함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 많은 소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2 인칭 서술은 작가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로, 텍스트 이면에 특정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고

  •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조교수

204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2 인칭으로 서술된 소설들 가운데 5 ․ 18 과 같은 국가범죄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은 것 또한 이런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는 비극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과 죽은 소년이 각각 ‘나’와 ‘너’ 로 표현된다. 살아남은 여러 명의 ‘나’들이 호명하는 2 인칭의 ‘너’는 과거 사건과의 관계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관계의 기호로 작용한다. 임철우의 백년여관에서 2 인칭 ‘당신’의 정체는 실제 작가와 여러 모로 닮아 있는 작가로 설정되어 있다. 작가인 ‘당신’으로 하여금 비극적 사건을 소설로 쓰게끔 만드 는 2 인칭의 서술은 5 ․ 18 과 같은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작가 개인의 선택의 차원이 아니라 작가라면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 당위의 대상임을 강조 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2 인칭 ‘당신’은 텍스트를 읽고 있는 독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소설은 독자들에게 5 ․ 18 을 기억하고 그날의 상처를 위로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보편적인 윤리이자 공공의 책임임을 당부하고 있다. 즉 텍스트의 사건에 대해 독자들이 공감하기를 유도하는 서술전략이 바로 2 인칭 서술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나 존재를 기억하고 공감하며 치유하는 소설에서 유독 2 인칭 서술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나’와 ‘너’ 사이의 소통과 관계를 강조하 는 2 인칭 서술의 특징 때문이며, 이를 통해 기존의 1,3인칭 서술과 구별되는 2 인칭 서술의 효과와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주제어 2 인칭 서술, 5․ 18 소설, 소년이 온다, 백년여관,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기 억, 윤리, 공감, 관계

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1)^ ‘나’라는 서술자가 등장하는 1 인칭 서술과 ‘그/그녀’

  1. 2인칭 서사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연구자들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피서술자를 중심에 두느냐 주인공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2 인칭 서사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피서술자를 중심에 둔 제럴드 프린스는 2 인칭 서사를 “주인공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피서술자 ‘너’인 서사”(제 럴드 프린스, 이기우․김용재 역, 서사학사전, 민지사, 1992, 232면)로 정의하는 반면, 모니카 플루

20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을 2 인칭 서술의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4)^ 실제로 2 인칭으로 서술된 한국 소설들

  1. Monika Fludernik, “Second-Person Narrative as a test case for Narratology”, Mieke Bal(ed), The limits of realism : Narrative Theory II, Routledge, 2004. p.19.
  2. 황국명, 「 2 인칭소설의 서술층위 연구」, 한국문학논총 제 53 집, 2009, 461면.
  3. 5·18광주민주항쟁을 일컫는 명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은 ‘5·18민주화운동’이며, 5·18관련자들이나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5·18민중항쟁’을 선호한다. 각 명 칭 모두 나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기술의 편의상 ‘5·18’로 약칭하기로 한다.
  4. 현재까지 2 인칭 서술을 주제로 한 연구는 다음과 같다. 김외곤, 「 2 인칭 서술이 작품의 수용에 미친 영향」(한국현대문학연구 40 집, 2013), 이미란, 「이인칭 소설의 창작유형 연구:‘너/당신’의 정체성 과 서술자의 위치를 중심으로」(한국언어문학 71 집, 2009), 이미란, 「이인칭 소설의 서사전략 연 구」(현대문학이론연구 41 집, 2010), 정재석, 「최윤 소설의 2 인칭 서술 상황 연구」(한국문학이론 과비평 21-1, 2017),황국명, 「 2 인칭소설의 서술층위 연구」(한국문학논총 제 53 집, 2009), 황국명, 「 2 인칭서사의 서술특성과 의미 연구」(현대소설연구 41 집, 2009), 홍인영, 「 2 인칭 소설의 수사적 읽기 연구」(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8-1, 2018), 허도연, 「 2 인칭 소설에 나타난 수화자연구」 (문예시학 22, 2010).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07

이제 너는 상무관 출입구의 탁자 앞에 앉아 있다. 탁자 왼편에 장부를 펼쳐놓고, 죽은 사람의 이름과 일련번호, 전화번호나 주소를 십 육절 갱지에 큼직하게 옮겨적는다. 오늘밤 시민군이 모두 죽더라도 유족에게 확실히 연 락이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진수 형이 말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여섯시 안에 이것들을 정리해 관마다 붙여놓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동호야아, 부르는 소리에 너는 고개를 든다. 엄마가 트럭들 사이로 걸어오고 있다. (41-42면)7)

소년이 온다 1 장에서 사용된 2 인칭 ‘너’는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하나인 ‘동 호’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이런 경우 ‘너’라는 기호는 ‘그’나 ‘동호’라는 3 인칭으 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너’가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할 경우, 특히 그 대상이 특정 인물일 경우 자연스럽게 우리의 관심은 더 이상 ‘너’가 아니 라 그를 부르는 ‘나’의 존재로 옮겨 가게 된다. ‘너’는 언제나 그것을 호명하는 ‘나’라는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인공 동호를 ‘너’로 부르고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은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너’와 짝을 이루는 ‘나’라는 기호, 즉 ‘너(동호)’를 부르는 이의 정체는 1 장을 제 외한 소설의 다른 장에 모두 등장한다.

너에게 가자. 그러자 모든 게 분명해졌어. 서두를 것 없었어. 해가 뜨기 전에 날아오 르면 불빛이 모여 있는 도심으로 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겠지. 동터오는 거리를 더듬어 너와 내가 살던 집으로 어른어른 나아갈 수 있겠지. (2장:63면, 밑줄:필자)

……동호야.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1. Ⅱ장에서 인용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는 이후 면수만 표시하도록 한다.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09

210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212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13

씁쓸하게 웃는 순옥 앞에서 당신은 불현 듯 죄스럽고 부끄러워진다. 그런 한편으로 새삼 울분과 허전함이 울컥 고개를 쳐든다. 그 다섯 권짜리 소설을 탈고했을 때, 당신은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십 년 넘게 혼자 편집증 환자처럼 매달려왔던 소설이었다. 그 해 이후 당신은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입술 을 악물었다. 아직도 그 얘기냐. 주변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 한심하다는 눈길을 보 냈다. 당신은 그럴수록 더 그악스레 매달렸다. 증오와 분노, 그것이 십 년 내내 당신을 버티게 만든 힘이었는지 모른다. 순진하게도, 당신은 소설이야말로 당신이 취할 수 있 는 유일한 무기라고 믿었다. 그 도시에 대한 세상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범죄자들의 거 짓과 뻔뻔함에 맞서 싸울 강력한 무기라고. 그건 실로 굉장한 자기도취였고 환상이었 다.(290면)9)

‘당신’은 케이에 대한 미안함, 과거 그 사건 당시 혼자 살아남기 위해 모른 척 했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갚기 위해 그날의 일을 옮긴 다섯 권짜리 소설을 쓴다. 그런데 ‘당신’의 이러한 행적은 백년여관의 실제 작가 임철우와 닮아 있 다. ‘당신’이 그날에 대한 죄책감에서 쓴 다섯 권짜리 소설이 그 유명한 봄날이 라는 사실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소설 속 ‘당신’이 작가 임철우의 분신임을 짐작 하게 한다.10)^ 심지어 이 책의 서평을 쓴 서영채는 아예 “임철우(혹은 이진우)”라 고 언급함으로써 실제 작가와 ‘당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동일시하고 있다.11)^ 그 러나 대개 이렇게 자전적 소설의 성격을 띠는 경우 1 인칭으로 서술되는 것이 일 반적인데 반해 임철우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인물을 ‘나’로 지칭하는 대신 ‘당신’ 이라는 낯선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서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와 같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명령

  1. Ⅲ장에서 인용하는 임철우의 백년 여관(문학동네, 2017)은 이후 면수만 표시하도록 한다.
  2. 실제로 작가 임철우가 봄날을 쓴 이유 역시 동일하다. 임철우는 자전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봄날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누추하고 너저분한 고백을 마저 요약하고 끝내야 할 것 같다. 그 열흘 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내 친구들과 동료들이 불길의 한복판에 있었을 때, 나는 목숨이 아까워서 두 번씩이나 뒷걸음질을 쳤다. 최후의 새벽, 그 엄청난 총성과 도와달라는 그 여학생의 피맺힌 절규를 들으면서도, 난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기만 했 다.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을 끝끝내 용서할 수 없었다. 화해해줄 수도, 위로해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 바로 그 죄책감이, 부끄러움이 봄날을 쓰게 만들었다.”(임철우, 「낙서, 길에 대하여」, 문학동네, 1998 봄, 66면)
  3. 서영채, 「두 죽음 사이의 윤리」, 백년여관, 문학동네, 2017.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15

미칠 것만 같은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힌 당신은 어느 한밤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무엇에 홀린 듯, 입에서 이런 기도가 튀어나왔다. “하느님, 제가 그날을 소설로 쓰겠습니다.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열에 들떠 반 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당신은 그렇듯 거창하고 비장한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신이 받아들여주었노라고 스스로 확신했다. 절망과 분노의 극한점에서 당신의 무의식은 필 사적으로 그런 믿음을 만들고 또 그에 매달리려 했던 것이리라. (344-345면)

‘당신’은 앞서 다섯 권짜리 소설을 쓰기 전에도 하느님과 소설에 대한 다짐을 한 바 있다. 즉 그 소설 역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신이 자 신의 약속을 받아들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정황들은 ‘당신’ 이 쓴 소설들이 단지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차원이 아니라 그 보다 강력한 불 가항력적인 힘에 의한, 거부할 수 없는 당위적 명령이자 소명에 의한 결과물로 보이게 만든다. 자연히 이런 설정은 ‘당신’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에도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80년 5 월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 더 나아가 그것 과 유사한 성격의 수많은 국가폭력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을 이 야기하는 것은 여러 개의 선택지 중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 시 해야 할,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강력한 명령이자 절대적인 소명인 것이며, 이는 그만큼 그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임을 역설하는 것 이다. 작가가 5 월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에 이렇게까지 강력한 당위성을 전제해 놓은 이유는 그 사건을 대하는 많은 이들의 태도 때문이다.

216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까놓고 말해서, 한국소설은 역사나 정치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 고질병이 문제야. 전쟁이니 분단 따위 민족 내부의 지엽적 소재만 가지고 지난 수십 년간 어지간히 우려 먹었잖아. 외국 독자들한테 그런 시효 지난 케케묵은 소재 치켜들고 나가봤자 어디 씨 알이나 먹힐 거 같아? 문학도 어차피 상품인데.” (…) “요즘 소설 안 쓰시나? 이형 소설, 본 지가 한참 된 거 같은데. 이젠 제발 5 월이니 분단이니 하는 거 좀 벗어나서, 멋진 거 하나 써보쇼. 에?” (20,22면)

비평가와 문학담당 기자, 젊은 소설가들에게 5 ․ 18 은 더 이상 상품화될 가치가 없는 그저 유통기한 지난 구닥다리 소재일 뿐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들은 앞 세대에게 빚진 것이 아무 것도 없노라고 말한다. 면전에서 이런 말을 들은 ‘당신’ 은 화를 삭이지 못해 시근덕거리다가 문득 소설을 쓰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 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라는 환청이 들린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즉 작가는 5 ․ 18 을 그저 철지난 이야깃거리의 하나로 치부하는 많은 이들에게 그것은 선택해 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진열장의 상품이 아니라 문학이 그리고 작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누군가’의 부름에 응답하여 그가 부여한 소명과 임무를 수행하는 ‘당신’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다. 따라서 2 인칭 서술은 5 ․ 18 과 같은 과거의 비극을 소설로 기록하는 것이 단지 잘 팔리기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작가 개인의 선택이나 전략의 차원을 넘어선, 당위적이 고 절대적인 명제이자 작가로서의 소명임을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된 선택 이었던 것이다.

218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

열넷? 열다섯? 그래, 기껏해야 열다섯. 남자는 여자아이의 면 셔츠 밑에서 초라한 곡선을 그려내고 있는 가슴 부분에 눈길을 주면서 그가 방금 내린 가정 때문에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술 취한 여자아이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남자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작은 보따리를 끼고 웃는 지 어쩐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모년 모월 모시. 정확하게 오후 3 시.(219면)

  1. “허구의 안과 밖을 의식하는 메타픽션적 서술자가 독자를 ‘너/당신’으로 호명하며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인칭 소설은 포스트모던 돈호법의 전략을 구사하여 인물/독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 다. (…)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면서 독자를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는 문학 작품이 소통되는 과정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독자’라는 존재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문맥에 관여하게 하고 의미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란, 「이인칭 소 설의 서사전략」, 현대문학이론연구 41 집, 2010, 83면)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19

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오히려 이 사건의 무게는 가벼워진 것이다.15)^ 그런 점에서

  1. 김형중은 5 ․ 18 이 제도화되기 시작하면서 생명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1980년 광주의 오월은 이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사건이 되었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오월은 아무런 중요한 논란거리가 아니게 된다. 열흘간의 축제가 끝나면 그 뿐, 오월은 더 이상 파괴적인 에너지를 뿜어내지 못한다. (…) 5․ 18 청문회가 유야무야 끝나고, 집단 배상이 아니라 개인적인 보상 차원에서 당시의 희생자들 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고, ‘오월’ 주체들이 민주 시민으로 당당하게 복권되고, 5월 18 일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고, 망월동에 거대한 신묘역이 들어서고, ‘오월제’ 기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2 인칭 서술로 구현되는 기억․윤리․공감의 서사 221

‘사건’의 기억은 반드시 타자, 즉 사건의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사 건을 체험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그 기억이 함께 나누어지지 않는다면 사건은 없었던 일로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사건은 표상 불가능하다. 즉 언어로 재현되었 을 때 반드시 재현된 현실 외부에 누락되는 사건의 잉여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 도 말할 수 없는 사건은 말해져야 하며, 사건의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자 들을 대신하여 타자들은 말할 수 있는 자로서 행동해야 한다.17)

이미 꽤 오래 전부터 5 ․ 18 은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 하는 과거의 사건이자 일 년에 단 하루만 기억하면 되는 수많은 기념일 중 하나 가 되었다. 물론 과거의 모든 사건이 기억되고 현재화될 필요는 없다. 또한 그것 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5 ․ 18 은, 더 나아가 5 ․ 18 과 같은 성격의 사건들은 경우가 다르다. 한 마디로 5 ․ 18 은 전형적인 국가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국가범죄란

  1. 오카 마리, 김병구 역, 기억 서사, 소명, 2000, 147면.

222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 81 집